칼럼

전화 문의 안내

  • 02-503-3118
  • 02-503-8800
  • 월화목금 09:30 ~ 18:30
  • 토요일 09:30 ~ 14:00
  • 점심시간 13:00 ~ 14:00

토요일 : (점심시간 없이 진료) 수요일, 일요일,공휴일 : 휴진

칼럼

  • 칼럼

제목

"삼계탕으로 무더위 이겨낸다?"... '이열치열' 정말 과학일까

image

2026년 8월 14일, 오늘은 말복(末伏)이다. 말복은 한여름 무더위를 뜻하는 삼복(三伏) 가운데 초복, 중복에 이은 마지막 복날이다. 복날이면 삼계탕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여기에는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으레 따라붙는다. 뜨거운 음식으로 더위를 이긴다는 이 오랜 통념에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 관련 연구 결과와 전문가 견해를 바탕으로, 이열치열이 어디까지 맞고 어디서부터 어긋나는지 자세히 알아본다.

뜨거운 물을 마신 쪽이 열을 덜 쌓았다
이열치열을 실험으로 확인한 연구가 실제로 있다. 2012년 국제 학술지 악타 피지올로지카(acta physiologica)에 실린 논문 '땀이 완전히 증발하는 조건에서는 뜨거운 액체를 마셨을 때 신체활동 중 체열 저장량이 더 낮다(body heat storage during physical activity is lower with hot fluid ingestion under conditions that permit full evaporation)'이다.

연구진은 남성 9명에게 최대산소섭취량의 50% 강도로 75분 동안 자전거를 타게 했다. 실험실은 기온 23.6도, 상대습도 23%로 유지했다. 참가자들은 1.5도, 10도, 37도, 50도 가운데 한 가지 온도의 물을 체중 1kg당 3.2ml씩 네 차례에 나눠 마셨다.

결과는 지표에 따라 갈렸다. 심부체온의 상승폭만 보면 50도 물을 마셨을 때가 1.5도나 10도 물을 마셨을 때보다 조금 컸다. 뜨거운 물이 몸에 열을 더한 것이다. 그런데 몸 전체가 저장한 열의 양을 계산하자 순서가 뒤집혔다. 50도 물을 마신 쪽의 체열 저장량이 가장 낮았다. 뜨거운 물을 마시고도 결과적으로 몸에 열을 덜 쌓았다는 뜻이다.

관건은 뜨거움이 아니라 땀의 증발
열을 더했는데 저장량은 오히려 줄어든 이유는 땀에 있었다. 같은 연구에서 전신 발한량은 50도 물을 마셨을 때가 1.5도 물을 마셨을 때보다 약 20% 많았다. 뜨거운 물은 체온보다 높은 열을 몸에 더한다. 하지만 그 대가로 늘어난 땀이 모두 증발하면, 기화하면서 빠져나가는 열이 더해진 열보다 많아진다. 이열치열의 실체는 '뜨거움'이 아니라 '증발'인 셈이다.

연구를 이끈 당시 오타와대 인간운동학부 열환경공학연구실의 올리 제이(ollie jay) 연구자는 미국 과학·문화 매체 스미스소니언 매거진(smithsonian magazine)에서 "뜨거운 음료를 마시면 몸에 저장되는 열의 양이 실제로 줄어든다. 단, 그때 더 나는 땀이 증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발한 반응이 몸의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는 이후 연구에서 밝혀졌다. 2014년 응용생리학저널(journal of applied physiology)에 실린 후속 연구에서 음료 온도에 따른 발한량 변화를 구강이 아니라 복강의 온도수용체가 조절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액체를 입에만 머금었을 때는 발한 반응에 차이가 없었고, 관을 통해 위에 직접 넣었을 때만 차이가 나타났다.

습도 23%의 실험실, 습도 80%의 한국 여름
'땀이 전부 증발하면'이라는 전제를 한국의 여름에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험실의 상대습도는 23%였다. 반면 기상청 기후평년값(1991~2020) 기준 서울의 여름철 평균 상대습도는 71.8%, 7월은 76.2%다. 서해에 면한 인천은 여름철 79.9%, 7월 83.8%로 더 높다. 습도가 높으면 공기가 이미 수증기로 차 있어 땀이 증발하지 못한다. 증발하지 못한 땀은 피부에 남거나 흘러내리고, 체온은 내려가지 않은 채 수분만 빠져나간다. 반면 뜨거운 음식이 더한 열은 그대로 남는다.

올리 제이 연구자도 같은 매체에서 "매우 덥고 습한 날, 옷을 많이 입었거나 땀이 바닥에 떨어질 만큼 많이 흐르는 상황이라면 뜨거운 음료는 오히려 해롭다"며 "뜨거운 음료는 어쨌든 몸에 열을 조금 더하는 만큼, 땀이 증발에 쓰이지 못할 상황이라면 찬 음료를 택하라"고 조언했다. 찬 음료는 발한량 자체를 줄여 불필요한 수분 손실을 막아준다.

같은 연구진은 2016년 세 번째 실험에서 기온 33.5도, 상대습도 23.7%의 덥고 건조한 조건에서 37도 액체와 얼음을 비교했다. 얼음을 먹었을 때는 피부 표면의 땀 증발이 줄어 순 열 손실도 함께 감소했고, 연구진은 이런 덥고 건조한 조건에서 운동 중에 얼음을 먹으라는 권고는 재고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제이 교수가 2018년 공동 집필한 리뷰는, 땀이 증발하기 어려운 고온다습하고 바람 없는 환경이라면, 또 땀이 나기 전인 운동 전이나 운동을 마친 뒤라면 얼음이나 찬 음료가 몸을 식히는 데 유리하다고 정리했다.

기온도 함께 봐야 한다. 실험실 기온은 23.6도였다. 폭염 특보가 내려진 날의 기온은 이보다 10도 이상 높다. 습도와 기온 어느 쪽으로 보든 실험 조건과 한국의 한여름은 거리가 멀다. 뜨거운 음료의 냉각 효과가 확인된 곳은 '덥고 건조한 환경'이었고, 한국의 8월은 '덥고 습한 환경'이다.

말복 삼계탕, 뚝배기보다 먹는 장소가 문제
올해 여름은 이런 판단이 필요한 날이 유독 많다. 2026년 초복은 7월 15일, 중복은 7월 25일, 말복은 8월 14일이다. 입추가 8월 7일에 들면서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로 벌어지는 '월복'이 됐다.

폭염 지표도 높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집계에 따르면 8월 8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3,089명, 사망자는 26명이다. 감시체계 운영이 시작된 5월 15~16일 서울에서 80대 남성이 온열질환으로 숨지면서, 감시체계 도입 이후 가장 이른 시점에 첫 사망자가 나왔다.

정리하면 관건은 계절도, 음식의 종류도 아니다. '땀이 증발할 수 있는 환경인가'다. 에어컨이 돌아가는 실내처럼 공기가 건조하고 통풍이 되는 곳이라면 뜨거운 국물을 먹고 난 땀이 증발하며 열을 가져간다. 반대로 한낮의 야외처럼 습도가 높고 이미 땀이 흘러내리는 상태라면, 뜨거운 음식이 더한 열은 남고 땀은 체온을 낮추지 못한다. 말복 삼계탕이 더위를 식힐지 더할지는 뚝배기가 아니라, 그 뚝배기를 어디에 두고 먹느냐에 달렸다.



<copyright ⓒ 하이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